때는 1991년.
전화요금이 분당 얼마가 아니라 한번 걸려서 끊어지기 전까진 무조건 시내통화 30원 하던 시절.
전화요금이 분당 얼마가 아니라 한번 걸려서 끊어지기 전까진 무조건 시내통화 30원 하던 시절.
지금은 인터넷이 온 세상을 판 치고 있지만,
당시에는 BBS라는 문자형 게시판 통신이 주름잡던 시대였습니다.
천리안을 비롯하여, 털보가 좋아하던 하이텔 두 군데가 대규모 BBS였다면,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BBS (지금의 홈페이지 또는 커뮤니티게시판...?)도 엄청난 규모로 운영되던 시절이었지요.
천리안(아직도 chol.com 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긴 하죠)은 종량제라서, 돈 있는 사람들이 잘 가던 곳이고,
털보가 좋아라했던 하이텔은 정액제라서 돈없는 사람들이 잘 가던 곳입니다.
하이텔은 그 전신이 KETEL이라고 하여 한국경제신문사의 사설 BBS에서 시작하여
KT(한국통신)에서 인수하여 그 이름이 바뀌었고,
당시 전화국에서는 '하이텔전용단말기'를 무료보급하기도 했습니다.
(조그만 화면에 전화선만 연결하면 컴퓨터 저리가라고 할 정도의 좋은 넘이었는데...ㅎㅎ)
대개 집에 있는 전화선을 2개로 나누어 한쪽에는 전화를 한쪽에는 컴퓨터에 연결하여 사용했는데,
컴퓨터로 통신연결해서 쓰고 있는 와중에 안방에서 전화기라도 들라치면 접속이 뚝 끊겨 버리는,
안방에서는 전화기 들어보면 '캬~~~~~" 하는 가래끓는 소리가 계속 나니
어르신들이 이게 뭔 소리냐 싶어하기도 했던,
말 맞다나 전설같은 시대였습니다.
당시에는 화면에 그림이라곤 하나도 없고 모두가 문자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명령어도 마우스로 꾹꾹 누르는게 아니라
'어디로 가자' 또는 번호를 누르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해안가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예를 들어 보죠.
엠파스(EMPAS)를 메인화면이라고 한다면...
(화면하나하나마다 이름이 다 붙어 있습니다.)
이 메인화면에서
1. 메일(e-mail), 2. 블로그(blog), 3. Cafe(cafe) 등등으로 글자만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때 카페를 가려면 3번을 누르던지, 'GO CAFE'라는 명령을 타이핑하면 Cafe 화면이 둥둥 뜨고
카페 카테고리가 나옵니다. 여전히 문자로...
1번 음악(music), 2번 영화(movie)...
역시 카테고리를 선택해서 누르면 다음 화면이 나오는데,
"플러스유"라는 카페로 가고 싶다면 화면에 나오는 것을 일일이 다 읽어 보아야 합니다.
1번 플러스미(plusme), 2번 플러스힘(plushim), 3번 플러스허(plusher)...
찾는 플러스유는 없어서 n(next)을 누르고 다음화면으로 가서
21. 플러스유(plusyou)...
겨우 플러스유에 당도하면
1. 공지사항(PlusYouNoti), 2. 건의사항(PlusYouSinmungo), 3. 자료실(PlusYouPDS)... 등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렇게 1번 누르고 2번 누르기가 귀찮으면 어디에서나
'GO plusyou'하면 됩니다. 초기화면으로 가려면 'go empas'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주로 가는 화면의 이름은 거의 외우고 있어야 되는...
치매방지 기억력 증강 운동의 음모가...ㅡ.ㅡ)
한번 접속되면 30원의 전화비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에
밤새도록 채팅하느라 폐인아닌 폐인시절을 보낸 사람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들이 급속하게 늘어나서 서버의 증설을 필요로 했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회선도 그만큼 증설을 해야 되니
하이텔측에서는 정액제이니만큼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하이텔에서는 사용자들의 접속과다를 막기위해, 제일 많이 사용자가 몰리는 채팅방을 타겟으로 묘안을 짜냈습니다.
채팅할 수 있는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고 30분이 초과했을 시 접속을 강제로 끊도록 조치하였던 것이죠.
(1시간인지 30분인지 가물가물...ㅡ.ㅡ)
이러다보니 여태 밤새워 채팅을 하던 사람들이 강제종료후 다시 접속하려다 보니
전화비가 계속 더 들어가게 되었더랬죠.
우리나라 사람이 이럴 때 잔머리는 잘 굴리지 않습니까...?
강제종료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찾다 보니...
채팅방에서 종료전에 빠져 나와 초기화면으로 갔다가 다시 채팅방으로 돌아오게 되면
채팅이 강제종료당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전화비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안 당시 통신인들은 컴퓨터 옆에 시계를 하나 놔 두고 시간을 재 가면서
채팅을 하다가 종료시간이 임박하면 제일 상위 초기 화면으로 다녀오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채팅방에서 빠져나와서 재빨리 초기화면으로 갔다가 돌아오기 위해서는
번호나 문자를 눌러 상위로 상위로 갔다가 오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명령을 내려 최상위 초기화면으로 갔다가 오는 법이 수월했지요.
최상위초기화면의 이름이 TOP 이었습니다.
위에서 배운 방법으로 하면 어떻게 하죠...?
네... GO TOP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럼 초기화면으로 이동...
다음, GO plusyouCHAT 하면 채팅방으로 피용~~
이래서 채팅중에...
'털보님, 시간 다 됐네요.. top 다녀오세요...'
'네, 저 top 갔다 돌아오겠습니다.'
(잠시후)
'어후~ 저, TOP 돌고 왔어요...'
'아유, 힘드셨네요...커피한잔...'
이런 대화도 오고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래저래 오가던 말이 변하고 변하여...
'TOP돌고 오세요'
'TOP돌고 올께요'
하다가 하다가
TOP돌이가 되었다는 전설...
한마디로... 지금과 같이 편리한 인터넷세상이 아니었던 문자만의 세계에서
통신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고 길게 써보자던 옛 통신인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할...
'탑돌이'의 전설이었습니다....
Posted by 털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