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애완동물

털보네 토끼는 5년째 아토피를 앓고 있습니다.
털이 있는 동물을 만지기만 해도, (사실은 털에 기생하는 진드기류 때문에 그렇지만)
살갗이 발갛게 변하고 간지럽기 때문에
때로는 그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박박 긁다가 피범벅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털보네 토끼는 자기가 원하는 강아지, 고양이, 햄스터를 가까이 하지 못해
늘 마음속으로 그런 털달린 동물을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3년전인가 햄스터를 시도해 보았지만 지속적인 청결관리가 되지 못해
결국 포기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시도해 보았던 게 어항에 넣어두는 물고기였습니다.
털이 없으니 진드기류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직접 만지며 키우는 동물이 아니기에 털보네 토끼가 많이 서운해 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나 싶어 많은 관심을 두며 키워 보았는데...

일주일에 한번 정도 물을 갈아주어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여지없이 비명횡사해 이내 텅비어버리는 어항.
잘 키우나 싶더니 물 갈아주는 사이에 하수도구멍으로 점핑해서 자살(?)해 버리는 물고기들도 있어
물고기키우기도 사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할인점에 간 털보네 토끼가 털보네 여우를 졸라졸라
겨우 입양한 구피 네마리.
암컷 두마리와 수컷 두마리를 입양한 후 털보네 토끼는 늘 어항주변에서
물고기들을 살피기 일쑤였고, 행여 털보가 어항의 물을 갈아줄라치면
잠시동안이나마 물고기들을 손으로 만져보려 털보곁을 떠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입양할 때부터 배가 통통부어오른 구피 암컷의 배가 심상치 않아
언제쯤이나 알을 낳고 언제쯤이나 그 알이 부화할까 기다렸는데,
어느 일요일 아침 어항을 보던 털보네 토기가 꺄악~ 소리치며
"구피가 새끼를 낳았어~" 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알도 아닌 새끼가...?

털보와 털보네 여우가 의아하게 생각하며 어항을 들여다 보는 순간
눈만 박힌 투명한, 마치 올챙이 같은 새끼들이 어항안에 바글바글 했습니다.
새끼들이 너무 작아 어미에게 먹힐까 두려워,
(사실 지난번 햄스터를 키울때 새끼잡아먹는 어미를 보고 기겁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조심조심 뜰채로 새끼들을 건져 투명한 플라스틱 그릇에 옮겨 놓았습니다.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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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 새끼들


마치 새우처럼 두 눈만 박혀있는 새끼들을 바라보는 동안,
어떻게 물고기가 새끼를 낳는지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아뿔사....
구피는 '난생'이 아니라 '태생'이라는군요.
게다가, 1달에 한번 정도 새끼를 낳고 여태껏 기록은 150마리까지 낳는다는...
스무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더니,
며칠 뒤에는 다른 암컷이 또 몇마리를 더 놓았습니다.
이러다 어항이 구피새끼들로 다 차버리는 것은 아닌지...
털보의 걱정은 아랑곳않고, 털보네 토끼는 연신 신나는 표정입니다.

구피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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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 아빠 엄마

이렇게 어항을 채워가는 구피새끼에 연연하지 않고
털보네 토끼는 요즘 새를 키울 꿈에 차 있습니다.
털보네 여우가 털보네 토끼더러
'새를 어떻게 키우고 관리할지 기획서를 제출하면 새를 키울 것을 허하노라'라고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털보네 토끼가 어떤 기획서를 제출할지 두고볼 일입니다.

ps. 털보는 '기획서'라면 이제 좀 지겹습니다... ^^

Posted by 털보

2006/04/03 18:06 2006/04/0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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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콩쥬 2006/04/05 15:30 # M/D Reply Permalink

    많은 수의 새끼를 직접보면
    좀 징그러울 것 같기도 한데...
    여튼 신기하네요.
    모쪼록 토끼의 기획서가 성공하길~^^ㅋ

    1. 털보 2006/04/05 16:20 # M/D Permalink

      꼬물꼬물거려보이지만, 그래도 생존본능이 있는지 움직임이 엄청 빨라요.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줄 모르는데... 그러다 털보네 여우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죠...^^
      토끼의 기획서... 저도 기대된답니다...ㅎㅎ

  2. 경화 2006/05/11 10:44 # M/D Reply Permalink

    몇년전 흑문조 한쌍을 키웠어요.
    키우기전 얼마나 그 흑문조가 이쁘고 탐이 났던지...벼르고 벼르어서 키웠는데 알도 두세개 정돈가 낳았죠.
    그중 하나에서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는데 한 사나흘 뒤에 죽어 있더군요.
    봄에 입양한 흑문조들도 다음해 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는데 제 부주의,.였어요.
    짹짹거리는 소리와 먹이들을 너무 별나고 지저분하게 먹어서 뒷베란다로 쫓아버리고는 신경을 쓰지 않았거든요.
    아마도 추워서 죽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는 다시 백문조 한쌍을 또 키웠는데.....얘네들도 겨울에 죽었죠.
    여행가면서 거실안에 두고 가야했었는데 그냥 앞베란다에 뒀거든요.
    그후론 다시는 새를 쳐다보지 않으며 좋아하지 않게 되었어요.
    제 욕심과 잘못들로 그 많은 새들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상처들로 지금도 힘들거든요.

    아, 털보님의 토끼 아가씨는 어떤 기획서를 만드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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