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날때 마다 조금씩 정리를 해 왔다.
어젠, 시간에 쫓겨 귀가하지 못한채 사무실에 남게 되었고,
모처럼 주어진 긴 시간 동안에 글을 정리하였는데,
내가 언제 이런 글들을 써두었는지조차 모를, 조금은 생경한 글들을 읽어내며
혼자만의 여유와 추억을 나눠가졌다.
...
"털보는 촌놈이다"라는 글에서 지인의 시를 발견했다.
지금은 춘천으로 귀향하여 쉬이 보지 못하는 그이기에,
쓰윽 지나쳐버렸을 그의 시가 유난히도 눈길을 잡아챘다.
추억을 함께 하는 시간속에서 만난,
털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 지인의 시 한편...
잠시 읊어나 볼까...? :)
푸르른 소멸, 47 - 환지통
지은이 : 춘천으로 간 소통
비가 내리거나 안개 자욱한 새벽이면 신음소리에 잠을 깬다
믿지 않겠지만,
아내가 시집 올 때 가져온 낡고 해진 장롱이며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식탁이며
가구家具들이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이다 미처 삼키지 못한 울음이
가장 낮은 음계로 새어나오는 것이다
날이 흐리면 소리가 더 멀리 전달되고,
날이 흐리면 나무는 팽창한다는 사실을 내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흐린 날 나무가 팽창하는 소리라고 말하진 마라
그렇다면 창 밖으로 캄캄하게 몰려든 느티나무 숲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유리에 부딪치는 저 검은 바람은 어디서 온 것이냐
알겠는가, 나무였던 생生이, 숲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서러운 것이다
Posted by 털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