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14. 털보의 뮤직메일
이발사 아저씨, 행복하세요 2 : La La La Lovesong from Long Vacation OST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지난 일요일,
털보는 오랜만에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지난 4월 털보네 근처의 이발사 아저씨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신 후
'이발사 아저씨, 행복하세요'라는 글을 적은 이후
처음 가는 이발소였습니다.

그동안은 내내 블루클럽같은, 간단한 커트만 하는 곳을 찾다가
털보처럼 얼굴전체에 걸쳐 자라나는 작은 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따금씩은 이발소에 가서 깨끗이 면도를 해야되기 때문에
집을 나서면서 아예 작정을 하고 새로운 이발소로 가 보리라 작정을 했습니다.

블루클럽을 지나 동네를 반바퀴쯤 돌 즈음에
흰색과 파란색, 그리고 붉은 색이 어우러진 등이 빗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더군요.
그러게 억수같은 중에도 이발소는 붐비는 듯 했습니다.

조금을 기다리다 이윽고 이발의자에 앉았고,
예의 주문처럼 "바짝 깎아 주세요" (부산 말로, "매~ 깎아 주이소")라고 하고는
떨어지는 머리칼을 피해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털보는 눈이 나쁜 관계로 안경을 벗으면 사물의 또렷한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울속의 털보가 어떤 머리 모양새를 가져가는지 알 수도 없어
머리를 손질할 때에는 눈을 아예 감는 게 상책입니다.

어쩌면 조금은 서투른 가위질이 계속 되었고
그 가위질이 끝나자 조금은 서투른 면도가 시작되었습니다.
보통의 면도시간보다 조금 길어진다는 느낌이 들 즈음에 면도가 끝이 나고
'집에 가서 씻겠다'는 말과 함께 안경을 썼습니다.

밝은 시야와 함께 거울 속의 털보가 보였습니다.
'아, 저건 어디서 많이 보았던 모습인데...? 누구더라...
읔, 시실리 2Km의 임창정...으...'

대부분의 이발소나 헤어샵에 가서 '바짝 깎아달라'는 주문은
뒷머리와 옆머리를 바짝 깎고 그에 맞게 앞머리를 정돈해 달라는 뜻으로
여태껏 잘 통하는 말이었는데,
그 날은 앞머리도 함께 바짝 깎여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 이런...'

"아저씨, 이발하신 지 얼마 안되셨나 봐요...?"
"마음에 안드세요...?"
"아뇨, 그건 아니구요..."
"제가 이발 기술을 배운지 얼마 안되서..."
"아, 그러시군요... 계속 하시면 잘 하시겠죠..."
"고맙습니다...."

...

털보는 이발요금을 치르고 이발소를 나섰습니다.
여전히 바깥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그 빗속을 천천히 걸어오며 살풋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마도 그 이발사 아저씨는, 몇달전만 해도 어떤 사무실에서
깔끔한 와이셔츠를 입고 사무를 보고 있었을 분으로 생각됩니다.
서투른 가위질과 부인의 서투른 면도질 때문에
머리는 바가지머리에다가 얼굴 군데군데 까끌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요즘의 불경기를 이겨 나가려는 가장과 아내의 모습이기에
두 분을 타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월요일 출근하면서 주위 분들이 다들 한마디 하십니다.
"햐~ 헤어스타일 죽이는데..."
"머리, 쌈빡하게 깎았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그냥 빙그레 웃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다시 한번 두 분과 그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말이죠.
"이발사 아저씨, 행복하세요..."

...

오늘은 일본 드라마 Long Vacation의 OST 중에서 하나 선곡해 보았습니다.
제목은 La La La Lovesong...
잔잔한 흥겨움을 피아노와 함께 하시면서...
여러분들의 즐거운 한 주를 기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4/09/14 10:15 2004/09/14 10:1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www.doriok.com/rss/response/559

Trackback URL : http://www.doriok.com/trackback/559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307 : 308 : 309 : 310 : 311 : 312 : 313 : 314 : 315 : ... 656 : Next »

블로그 이미지

토/털/미/래 Since Novemeber 21th, 2001

- 털보

Archives

Authors

  1. 털보

Calendar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Site Stats

Total hits:
473470
Today:
129
Yesterday: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