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8. 6. 뮤직메일
한여름밤의 깊은 잠



배경음악 : Happy Again - Toshifumi Hinata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입추가 가까와서인지 더위는 한풀 꺽인 듯한데
여전히 더운 날들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 여름, 잘 나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건강한 여름 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털보는 요며칠 회사의 골치아픈 일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습니다.
쉬이 잠도 오지 않아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면서 밤시간을 보내었더니
더운 한낮에는 머리가 띵하여 제대로 일에 집중을 할 수도 없더군요.

마음이 조금 어지러워 가까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좀 나아질까 싶어
이곳저곳에 전화를 했었지만 다들 휴가를 떠났는지 용무가 바빴던지
약속 또한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머,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마음고생만 하다, 집에 일찍 귀가한 어느날,
토끼도 일찍 자고 여우도 일찍 자는 밤에,
털보도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깐 눈을 감았다 생각했는데,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아침이더군요.
하지만 모처럼 푹 잤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근하려 아침준비를 하다 보니 절로 마음이 흥겨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워진 듯도 했구요.

직장에 들어서는 순간, 어제까지의 골치아픈 일이 생각났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아,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지만
그 날은, 그래, 한번 부딪혀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치아픈 일들이 연이어 있었지만, 아침에 가진 자신감 탓인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려 나갔고 어떤 일에는 털보의 의지에 힘을 실어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저녁이 되고 일과가 끝날 무렵
며칠간의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이 오늘의 것처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말이죠.

바이오리듬이 좋아졌을까요?
모든 일들이 스스로 풀렸을까요?

오히려 털보는 그 답을, 한여름밤의 깊은 잠 탓으로 돌렸습니다.
고민만 해 봤자 머리만 아픈 일들을 계속 붙잡고 있다보니 머리만 아프고
문제의 본질을 피하기 보다 정면돌파를 할 수 있는 힘은
몸과 마음의 휴식 탓이지 않았나 싶더군요.
몸이 가뿐하다 보니 마음도 가뿐한, 그래서 뭐든지 깨보자는 식의 자신감이 솟지 않았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

한참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여직원이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쭈볏한 모습으로 털보를 쳐다 봤습니다.
'뭐에요?'
'커피 드실래요?'
'좋지요~'

여직원은 커피 한 잔과 함께 슬쩍 몇 장의 문서를 책상위에다 올려 놓았습니다.
'음.. 이건 뭐에요...?'
'제가요... 며칠째 이걸 쓰고 있는데... 잘 안되서요... 한번 봐주실래요...?'

아마도 어디엔가 내 보낼 문서를 작성하는 모양인데,
문장의 핵심과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잘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털보가 잘 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핵심찌르기, 교정보기 인지라
긁적긁적, 기존의 문장을 지우고 새로 덧고쳐서 돌려 줍니다.

'카~ 역쉬...'
'이런 거 있으면, 나름의 고민을 한 다음에, 고민의 결과가 나오지 않거든
언제든 가져와요~'
'니에~'

여직원이 돌아가고 난 뒤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대었더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음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뿌듯함보다는
외려 내가 잘 하는 일을 했다는 기분좋음,
지금의 골치아픈 일들을 조금전처럼 잘 해 낼 수 있겠다는 느낌들...
그런 것들이 아마도 기분을 좋게 하였던 모양입니다.

...

오늘 옆 사무실의 어떤 책임자 분을 보니 몹시 화가 나 있는 듯 했습니다.
일이 산적해 있음에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시고 있었고
아침 일찍부터 한밤을 지새며 일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일이 잘 풀려가지 않음에
쉬운 짜증과 피곤을 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따뜻한 커피 두잔을 타서 그분의 사무실에 가서,
'바빠요? 한 10분만 쉽시다' 하면서 커피를 내어 놓았습니다.
분명히 바쁜 얼굴이지만 쉬이 내칠 수는 없었던지
키보드 위에서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의자를 뒤로 젖히며 저를 보더군요.

그 분께 이런저런 일상사를 이야기하면서 '기분전환'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한여름밤의 깊은 잠 이야기도 들려 주었고,
자신의 일에 한참을 몰두하다 문서 교정을 봐달라는 말에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을 도와주고 나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일이 많으면 다른 사람과, 설령 믿지 못할 사람이라도, 나누어서 해결해 보는 건 어떨까 권유도 한 것 같습니다.

그 분이 제 진심에 동의하셨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빙긋 웃는 그 미소에 조금의 동의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무실을 나서는 털보의 뒤통수에다
'김대리~ 어제 만들던 문서 다 했나?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
하는 목소리에는, 전적인 동의가 실려 있는 것 같더군요.

...

휴가라는 것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피곤함을 덜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휴가철에 휴가도 못간 털보가 한여름밤의 깊은 잠을 겪으며 했습니다.

다시 행복해진다는 제목의 Happy Again을 선곡했습니다.
휴가 이후 다시 행복해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 털보네 홈페이지 도리옥이 내일 모레, 오픈 1,000 일을 맞는군요.
오늘까지 이를 있게 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헤라자데의 죽음의 위기를 넘긴 지혜와는 비교가 되질 않겠지만
음악과 함께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자리를 늘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mg:Imagebank02.gif,align=,width=76,height=87,vspace=0,hspace=0,border=0]

Posted by 털보

2004/08/06 14:34 2004/08/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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