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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 16. 털보의 뮤직메일.

어린아이 마음만 같다면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지난 화요일 뮤직메일을 빼먹었군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미리 짤막하게 말씀이라도 드렸어야 하는데...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다음주는 설이 껴 있군요.
일찍 고향으로 내려가는 탓에 다음주 화요일도 뮤직메일을 빼먹어야 될 듯 싶습니다.
미리 새해 인사 드리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고향길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

털보는 며칠전 토끼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원래 여우가 토끼와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고 예약을 해 두었던 건데,
여우가 몸이 안 좋아 병원을 가게 되었고,
대신 털보가 토끼를 데리고 연극을 보러 가게 되었던 겁니다.

문화생활을 그리 하지 않는 털보이기에
토끼때문에 어부지리로 털보가 많은 덕을 보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문화적 소양이니 뭐니 해서
어릴 때 부터 많은 걸 보여주어 그것들을 키워줘야 된다고 하는데,
털보도 덩달아 토끼와 같이 다니다 보니 여러가지를 보게 되는 것이죠.

애초엔 전철을 타고 갈까 했는데,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토끼의 특이체질 탓도 있고,
날도 갑자기 꽁꽁 얼어붙어 자동차로 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대학로에는 처음으로 운전을 하고 가는 것이라 극장을 찾느라 꽤 힘이 들었습니다.
길을 하나 잘 못 들어서니 일방통행...
다시 한번 빙 돌아서 가 겨우 연극시간에 맞출수가 있었습니다.

이 연극의 대강 줄거리를 알기 위해 연극을 보기 며칠전에 동화책을 봐 왔던 터라
책속의 내용이 어떻게 연극으로 구현될 지 무척이나 궁금하더군요.
털보 개인적으로도 연극은 무지 오랜만이라 코앞에서 쳐다보이는 무대도 낯설고...

'모모'의 작가인 미하엘 엔데의 원작인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라는 연극이었는데,
홀로 된 오필리아라는 할머니가 떠돌이 그림자들을 친구로 맞아 들이게 되고
그 그림자들과 함께 연극을 하며 천국으로 가는 내용입니다.
얼핏 보면 어린이를 위한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노년을 맞이하는 어른들의 것이었습니다.
오필리아가 맞이하는 그림자들의 이름이 무서운어둠이니 외로움이니 밤앓이이니 덧없음 같은,
상당히 은유적인 것들이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찾아온 그림자는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부서진 바이얼린이니 구멍난 물뿌리개니 하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노래와 춤을 곁들여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더군요.

연기자들의 연기와 노래도 인상적이었지만, 때로 영화를 보는 듯한 무대장치나
그림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조명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극장을 나서며 토끼에게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하니 휘황한 조명이 제일 좋았다고 하더군요. ^^

그렇게 연극을 보고 난 뒤 토끼와 함께 자동차를 달려 집으로 오는 길에
여의도를 가로질러 왔습니다.
인천으로 방향을 잡으려 하니 눈앞에 국회의사당이 보이더군요.

'아빠, 저기가 어디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애...'
'응... 국회라는 곳이야, 국회의사당...'
'국회가 뭔데...?'
'응... 국회는 말야...(뭐라고 해야 되나...) 우리 나라의 법을 만드는 곳이야...'
'그래...? 누가 법을 만드는데...?'
'응... 국회의원이라고 있어... 사람들이 투표를 해서, 너 지난번 투표하는데 가봤지...?
그렇게 어떤 사람들이 국민들 뜻을 잘 받들까 하고 투표를 해서 국회의원을 뽑아...
그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거야...'
'그렇구나... 법은 잘 만들어야 되는데... 그치...'

여의도를 지나면서 토끼는 털보와
'공항에 가면 승무원도 있고 비행기도 있고...' 하는 식의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털보가 자꾸 딴 생각을 하느라 자꾸 틀리게 되었습니다.
토끼가 아빠 할 차례라고 하는 동안 털보는
'그래, 법은 잘 만들어야 되는데, 저 넘들이 지금 나라를 망치고 있구나...'라는,
토끼의 마지막 말에 대한 털보의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던 게죠...

...

오늘 들려드리는 음악은 송광식이라는 아티스트의 'A Child's Mind'라는 곡입니다.
토끼의 말처럼, 이 음악의 제목처럼...
제발, 아이들의 마음같이 순수한 사람들이 뽑혀서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4/01/16 00:42 2004/01/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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