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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 6. 털보의 뮤직메일.


여유로움을 주는 바다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지난 뮤직메일에서 말씀드렸듯이

털보는 새해를 맞이하여 고향인 부산엘 다녀왔습니다.

모처럼만에 보는 가족들, 친구들 때문에

조금은 유쾌한 기분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내려간 날짜가 1월 1일 신정이다 보니

도착하자마자 TV에서는 일제히 신년 첫 아침나절의 광경을 보도하고 있더군요.

부산과는 조금 먼 포항 호미곳에서의 2004인분 떡국 만들기를 위시하여

광안리에서 일출을 보는 사람들,

황령산일대에서 밤새워가며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금정산과 해운대에서 일출을 보는 사람들 등등...



지나고 보면 더 많아지는 원망과 회한들을 훌훌 털고

새해 처음 떠오르는 태양에 신년의 소망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줄 몰랐습니다.



...



문득 털보가 어렸을 적 자주 찾았던 광안리가 생각났습니다.

광안리라는 곳은 털보에게는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친구이기도 했고

또 한편 언제나 푸근한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고교시절 처음 만난 여학생과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찾은 곳도,

무언가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려갔던 곳도,

PC통신 친구들과 만나 밤새도록 기타를 치며 노래했던 곳도

바로 광안리 바닷가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밤이면 환락가로 변했을 만큼 카페로 뒤덮여 있고

오른쪽에는 아파트가, 왼쪽에는 회센타가,

그리고 정면으로는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가 위용을 떨치는 곳으로 변해버렸지만

털보가 찾았던 그 바다는 언제나 평온함과 여유를 안겨주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몹시도 추웠던 어느 겨울 새벽,

때아니게 그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장 중무장을 한 채, 당시의 유일한 친구였던 기타를 등에 메고

자전거를 달려 광안리를 찾았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조명하나 없이 새까맣던 바닷가는 바람만 가득했고

그 어둠 속에서 파도는 울부짖듯 소리치고 있더군요.

눈으로는 아무 것도 뵈지 않고 귀로만 들리는 공포가 그리 무서웠던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어둠을 달래듯, 손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기타를 꺼내 들고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노래탓일까요... 바람과 파도소리는 조금식 잦아들었습니다.

한참동안을 기타소리와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는 서로 교감하면서 위로했고,

마침내 기타소리만이 가득해졌을 때 떠오르는 태양을 보았습니다.

늘 내게 주기만 했던 바다가 제 노래와 기타를 듣고 조용해지는 듯한 느낌...

거대한 바다에게도 내가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기분에 한동안 마음이 너무 커져버리는 듯 했습니다.



이번 부산행에서 오랜만에 친구와 소주를 한잔 마셨습니다.

예의 그 바다는 아니지만, 늘 묵묵히 제 마음속에서 여유를 주던 광안리와 함께 말이죠.

짧은 부산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서도 그 넉넉함은 가슴에 가득한 듯 합니다.

그런 마음을 새해를 맞은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군요.



...



오늘 들려드리는 음악은 얼후 연주자인 Jia Peng Fang 의 Homeward 라는 곡입니다.

1년전 이맘 때인가 전해 드렸던 바로 그 연주자의 Rainbow라는 앨범,

CD Case에 향이 들어 있어 그윽한 내음을 전해주는, 아주 독특한 앨범이었지요.



고향으로 가는 마음, 그리고 넉넉함을 함께 가지면서 음악 한번 들어보시죠.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4/01/06 02:20 2004/01/0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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