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2. 05. 털보의 뮤직메일.


커피에다 섞는 배려.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진 것도 오랜만인데,

올 겨울에는 살인독감이 기승을 부린다고 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제 격일 것 같습니다.

털보는 곧잘 커피를 마시는 편인데, 오늘은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평소 업무를 볼 때에는 습관적으로 커피/크림/설탕 한 큰술씩 넣어서 더운 물에 타 마시는데,

집에서야 조금 여유있는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게 되죠.

며칠전 글을 쓰기 전에 커피를 한 잔 만들어 마시려다 아주 혼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집에 있는 맥심을 아주 우아하게 마시는데, 이 날 따라 커피가 동이 났더군요.

뭔가 대용품이 없을까 찬장을 뒤지다 아주 오래된 듯한 인스턴트 헤이즐넛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예전 동료에게서 들었던...

인스턴트 헤이즐넛과 맥심을 반반씩 섞어 마시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 두었던 커피였는데,

저한테는 그리 맛이 깊지 않았던지 처박아 두었던 커피였지요.



인스턴트 헤이즐넛을 그냥 마시기는 뭐해서 설탕을 반술 더하고, 우유도 약간 따르고,

뭔가 더 넣어볼 게 없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다, 작년 싱가폴출장때 사온 잭다니엘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인 잭다니엘과는 틀리게 몇십년 더 숙성시킨 고급 잭다니엘이어서 아껴 두었던 술이었지요.

흠... 오늘은 테네시 위스키가 담긴 커피를 마셔볼까...

얼굴 가득 미소를 가지며 위스키를 머그에 담는데, 그만 따르고 싶은 양보다 한참을 많이 따르게 되었습니다.

커피의 더운 향과 함께 주방 가득 위스키의 향이 번져가더군요.

이러다 여우에게 들키면 큰일이다 싶어 얼른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그 뒤부터는 조금 말씀드리기가 싫어지는군요...

단,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종 외에는 절대 술을 데워 드시지 말라는 말씀뿐...



...



그 테네시안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빙그레 웃음짓게 만드는 옛 추억이 하나 떠오르더군요.

대학교 1학년 때 겨울방학쯤으로 기억되는데, 그때쯤이면 돈이 되든 안되든 뭐든 경험 하나를 더 얻길 원하던 시절이었죠.

다른 사람이라면 파트타임으로 시급 3~400원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했겠지만,

털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11시까지 일하는, 커피점의 정식 종업원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 때 마침 주방장은 머쟎아 군대를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동갑내기였습니다.

이 친구와 저는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점을 깨끗이 청소한 후 둘만의 커피를 마시곤 했습니다.

원두에서 갓 짠, 말 그대로 Fresh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마리안 페이스풀의 노래를 들었었는데,

하루는 그 커피에다 위스키 몇 방울을 떨어뜨리더군요.



그 친구가 이르기를...

'이 커피를 아이리쉬 커피라고 그래...

아일랜드산 위스키를 조금 섞어서 마시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거지.

절대 많이 섞는게 아냐. 한 세 방울 정도...? 그래서 이렇게 빨대에다 담고 튕기듯 살짝 뿌리는거야.

맛 때문에 섞는 것이 아냐... 자, 향을 한번 느껴봐...'

그렇게 건네준 한 잔의 아이리쉬 커피. 그 커피의 향은 무척이나 달콤하고 그윽했었습니다.



'이 커피가 어떻게 생겨난 줄 알아...?

예전 영국의 어느 공항에서의 일이래. 무척 추운, 눈보라가 심한 날이었대.

그 공항의 한 카페에 웬 후줄근한 여자가 들어섰어. 바텐더가 눈치를 보니 매우 가난해 보이는 여인이더래.

그 여자는 바텐더에게 쭈볏쭈볏하면서 겨우 커피 한 잔만을 시키더래.

바텐더는 원래 그 카페에서 커피만을 팔지 않는다는 룰이 있음에도 흔쾌히 주문을 받았대.

그 여자에게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술을 마실만한 돈이 없어 보였던 것이지.

바텐더는 그 여자를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만들어줄까 고민을 하다 커피에다 아일랜드산 위스키를 조금 섞어 주었대.

여자는 커피의 향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얼른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려 했었지.

위스키때문에 그 여자의 얼굴은 금새 발그레하게 온기가 퍼졌다는군...'



...



저는 그때 그친구의 아이리쉬 커피 한잔과 그 이야기를 듣고는 제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단 그 커피와 위스키 탓은 아닌 듯 하더군요.

요즘의 커피점에서 그런 아이리쉬 커피는 더 이상 맛볼수 없습니다.

보통의 커피점에서는 휘핑크림이 들어간, 커피 칵테일 비슷한 종류로 바뀐 듯 하더군요.

하지만 커피의 맛 보다도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투철한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한 의례적인 배려는 있겠지만 말이죠...



테네시안 커피 한 잔에 어리는 훈훈한 아이리쉬 커피 한잔의 기억.

언제 다시 맛볼 수 있을지...

다른 분들께 차를 한잔 대접하면서 이런 배려를 섞어 대접하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뮤직메일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리는 음악은 아일랜드 음악이 아닌 북유럽의 음악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Cees Tol과 Thomas Tol 형제로 구성된 Tol & Tol의 A New Irish Tune.

부디 오늘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새로운 아이리쉬의 선율"이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3/12/05 00:28 2003/12/0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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