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1. 4. 털보의 뮤직메일.
사랑받을 수 있는 만큼 사랑주기.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날씨가 많이 차가와졌습니다.
낼모레가 수능시험이라고 하는데, 마치 날씨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듯,
추위가 가까이 다가서는군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지난 한 주는 저희 토끼 때문에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물론 저보다 더 바빴던 것은 저희 토끼이죠...
그 전 주 토요일에는 토끼와 같이 가족 운동회를 하고,
지난 주에 토끼는 인근 초등학교 학예회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느라
일주일 전부터 연습한 것을 무대에 올리고,
털보는 아비로서 사진 찍으랴, 박수 치랴, 픽업하랴 허둥댔습니다.

토끼는 게다가 유치원 원외활동으로 등산과 소풍까지 다녀왔습니다.
지칠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어 여우와 털보는 토끼가 괜찮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요.

금요일 날 저녁, 저녁 상을 물리고 토끼와 함께 다음날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하다
인근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태울 요량으로 토끼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랑 내일 인천대공원에 갈까...?"
"싫어!" (요즘 부쩍 토끼의 이런 대답이 늘었습니다. 반항기인지...^^)
"왜 싫어~?"
"놀이공원 갈거야~!"

옆에 앉아 있던 여우가 토끼에게 묻습니다.
"놀이공원...?"
"간다, 간다 해 놓고 아직 안 갔잖아... 엄마, 아빠는 약속을 잘 안 지켜~~~"
뜨끔한 여우와 털보는 서로 눈을 마주칩니다.
생각해 보니 타고 노는 놀이기구가 있는 공원엘 가 본지 1년이나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1년이 되었다는 것 보다
"약속"이라는 말이 토끼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라
여우와 털보는 이구동성으로 외칩니다.
"가자~ 놀이공원~!"

여우와 털보는 다시 눈을 마주칩니다.
서로 '어디로 가지?'라고 묻는 눈치입니다.
털보와 여우는 놀이기구보다는 낙엽이 있는 인천대공원이나 서울대공원이 더 나은 것 같은데,
토끼는 그럴 마음은 전혀 없는 듯 하고...
서로 난감한 눈치를 건네던 차에 여우의 얼굴에 빙긋 미소가 떠오릅니다.
"초대권 있는데, 거기로 가자..." Why NOT~?

그래서 털보와 여우와 토끼는 일요일 아침 일찍 잠실에 있는 모 어드벤처로 갔습니다.
사람이 뜸한 아침나절에 놀이기구를 재빨리 타고 일찍 귀가하자는 심산이었던 게죠.
놀이공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몇 분동안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몇십분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침 일찍 치고 빠지기를 시도했던 겁니다.

생각대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 초대권에 제한된 갯수보다 하나 더 놀이기구를 타고 공원을 빠져나왔습니다.
토끼는 조금 피곤한 듯 보였습니다.
집까지 가는 동안 멀미를 할까봐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일찍 일어나서 공원에 다녀와 피곤했는지 여우와 토끼는 달디 단 낮잠을 자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 낮잠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저녁상을 앞에 두고 토끼의 얼굴이 벌개지는 듯 하더니 구토를 하더군요.
토끼의 목덜미를 짚어 보니 열이 가득했습니다.
여우가 토끼를 씻긴 후 미음을 만드는 동안 저는 동네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인근의 약국은 모조리 문을 닫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예전 살던 아파트 뒷 동네까지 가서 마침 문을 연 약국에서 약간의 응급조치를 듣고
약을 구하여 집으로 왔습니다.
낮의 피곤에 구토까지 한 탓인지 힘없는 모습으로 토끼는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항상 부부는 다투게 마련입니다.
뭐가 문제니, 어떻게 해야 된다느니... 마음만 앞서 서로 다투다
여우는 침울한 울상을 했습니다.
'다시는 놀이공원 가나 봐라...'

...

월요일 아침, 토끼는 전날보다 열은 조금 더 많았지만 결석은 할 수 없다며 유치원엘 가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토끼는 가기 전보다 더 힘이 없는 듯 했습니다.

일찍 잠이 든 토끼의 목덜미를 만져보니 아직도 미열이 남아 있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앞서기 마련인 그 나이인데, 미련스레 토끼를 데리고 다닌 부모의 죄가 큰 듯 느껴지는군요.
제 욕심에 너무 많은 거름을 주어 나무를 썩게 만든 그런 마음이 듭니다.
상대방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주는 법... 그런 것들을 다시 배워야 될까 봅니다...

...

오늘은 영화 Oasis의 이미지 앨범인 Oasis & Yiruma라는 앨범에서
Beloved 라는 곡을 Yiruma 의 피아노 연주로 들려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3/11/04 00:07 2003/11/0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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