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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31. 털보의 뮤직메일.
가을바람만큼 찬 실업의 바람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며칠전 메신저를 켜둔 채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생경한 아이디가 로그인했다는 메시지가 화면의 오른쪽 하단에 떠올랐습니다.
이름하여 "저 짤렸어요. 필요하신 분 손~"
옛 직장 동료였던 지인의 아이디가 그렇게 바뀌었더군요.
시간이 좀 지난 다음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궁금하여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직장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전직원이 일괄 사표를 내었고,
다음 주 쯤이면 정리대상이 발표가 될 것인데,
그가 속해 있는 부서는 아마도 전원 정리될 것 같다,
그래서 이 참에 직장을 나서기로 했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오늘 그 지인의 아이디는 "손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 이군요.
문득 그 직장의 후배였던 또 다른 지인 K가 생각났습니다.
직장을 같이 다니던 어느날, '저도 음악 좋아해요' 하면서 뮤직메일의 팬이 되었던,
Isao Sasaki와 Yuhki Kuramoto의 CD를 귀가길에 사서 mp3로 만들었다며,
제게 음악을 전해 주었던 K라는 후배입니다.
며칠째 메신저 로그인 리스트에 나타나지 않아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뮤직메일의 음악을 선곡하다 K가 보내주었던 음악들이 생각났습니다.
몇 곡을 듣다가 The Letter of Soldier라는 곡이 눈에 띄더군요.
어떤 음악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피아노 곡에는 웬지 안 어울릴 것 같은 제목이었는데,
눌러 놓고 보니 '이등병의 편지'라는 우리나라 노래를 연주한 것이었습니다.
군대라는 세상, 현실을 멀리 떠나 있는 세상에서 들려주는 그 편지의 사연을
피아노와 얼후같은 바이얼린으로 듣자니 K의 소식이 더 궁금해 졌습니다.
이 녀석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 것인지,
그동안 꿈꿔 왔던 창업의 시기를 앞당길 것인지가 궁금해지더군요.
전화로 안부를 물으니 메신저가 연결되지 않는 다른 회사에 잠시 파견을 나가 있다고 했습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그의 대답에 '맘 편히 가지라'라는 말을 해 줄수 밖에 없었습니다.
...
K와 마찬가지로 어느날 갑자기 New Age, Piano가 좋아졌다던 또다른 K도
내달이면 실업자로 내몰린다는 소식을 접한 상태이고,
가까이 지내던 C가 몇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탄하던 모습도
갑자기 눈에 선해져 옵니다.
어찌 보면 불어대는 가을바람보다 더 써늘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그들일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따스한 봄 기운과도 같은 것을 전해 주고 싶은데,
털보의 현실이 그러하지 못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
K가 전해준 The Letter of Soldier를 같이 듣고자 합니다.
피아노는 Isao Sasaki, 얼후같은 바이얼린은 Masatsugu Shinozaki가 연주합니다.
현실을 떠난 이등병의 한탄이 아닌,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와 굳건한 모습으로 다시 서는 지인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 음악을 보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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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