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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9. 26. 털보의 뮤직메일.
무지개를 찾아 떠난 친구들은 지금쯤...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선선한 가을날씨와 쪽빛 하늘을 맘껏 즐기고 계신지요...
한낮엔 제법 이마에 땀을 가지게 하는 날씨이지만,
아침저녁으로 다가서는 바람의 느낌이 참 좋은 날씨인 듯 합니다.
...
누군가와 마주 앉아 차 한잔을 나누며 상대방의 말과는 상관없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빙그레 웃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저는 며칠전 저를 찾아온 손님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앞에 놓인 커피잔을 보면서 손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웬지 그 커피와 함께 한 옛 친구가 생각나 혼자서 빙그레 미소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앞에 있는 손님에게는 다소 죄송한 기분이 들었지만
모처럼 생각난 친구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손님은 벌써 커피를 다 마셔가고 있는데, 제 앞에 놓인 커피잔은 3분의 2도 더 남아 있었습니다.
속으로, 저 손님은 왜 저렇게 커피를 빨리 마시고 나는 왜 이렇게 늦게 마실까 하는 생각을 하다
문득 더운 커피를 그대로 놔두어 식힌 채 후루룩 하며 커피잔을 비워 내던 옛 친구가 생각나더군요.
저도 예전엔 커피나 더운 음료를 꽤나 빨리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다른 사람보다 커피를 더디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순간 들고
나도 모르게 옛 친구의 습관에 젖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적 무지개를 찾아 떠난 어린아이들의 동화가 생각납니다.
커피를 식힌 다음 후루룩 마시던 친구는,
김치를 쭉쭉 찍어가며 막걸리 한사발에 만족하던 친구는,
어두침침한 곳을 좋아하며 담배연기로 도넛을 잘 만들던 친구는,
찰랑찰랑하던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가볍게 넘기며 미소짓던 친구는,
보드카는 얼려 먹어야 맛있다며 늘 김서린 보드카병을 기울이던 친구는,
안부를 물을 때면 늘 6시 5분의 모양을 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미소짓던 친구는,
왼손가락으로 책상을 달그락거리며 생각을 하기 좋아하는 친구는,
그렇게 그렇게 저로 하여금 자신의 버릇을 물들이게 했던 그 모든 친구들은
지금 이 순간 어릴 적의 무지개를 제대로 찾아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더군요.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영화 Finding Forrester에 삽입되었던
Bill Frisell의 기타 연주곡 Over the Rainbow를 같이 들어봅니다.
생각난 김에 오랜 친구들에게 전화나 한번 해 봐야 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