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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9. 19. 털보의 뮤직메일.
가을의 문턱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꼭 한 달만에 음악을 가지고 뮤직메일을 띄워 드립니다.
이러저러한 핑계로 뮤직메일을 빼먹고 여러분들께 즐거운 소식 안겨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털보의 이러한 행보에도 불구,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 주신 많은 분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어제 퇴근 길에 뜻하지 않게 한 3킬로미터 정도를 걸었습니다.
전철을 갈아타며 집으로 향하는 것이나, 막힌 도로를 통해 차량으로 집으로 가는 것이나
시간상은 매 한가지인데,
집에서 한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직장동료가 같이 차량으로 퇴근하자는 말에
쾌히 승낙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끔씩 그 동료의 차량이나 제 차량으로 퇴근을 할 때면 서로의 집까지 태워 주게 되는데,
어제 퇴근길은 그 동료가 성당 모임이 있어 급히 가야 된다기에
하릴없이 동료의 집 앞에서 내려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음... 여기서 어떻게 집을 가야 하나...
통상적으로는 택시를 집어 타고 갔었겠지만 코끝으로 묻어 드는 비갠뒤의 늦여름 바람이 좋아
그냥 집까지 걸어오기로 했던 것입니다.
잦은 비의 흔적인지 보도옆의 흙들이 물에 쓸려 보도를 뒤덮고 있었지만
늦여름, 초가을 밤을 걷는 기분에는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몇백미터를 걸어도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온도 적당해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이다가 이렇게 가끔씩 또다른 코스를 경험한다는 것이
또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약간의 기분전환이 필요했던 차였는데, 뚜벅대며 밤길을 걸으면서 콧노래를 부르다 보니
정말로 기분이 상쾌해지더군요.
계절이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며 말이죠...
...
올 여름은 잦은 비로, 태풍으로, 그리고 태풍보다 더한 정치와 경기 탓에
많이 힘들었든 듯 여겨집니다.
이 계절이 하루라도 빨리 바뀐다면 그런 힘들었던 기억도 바뀔까 싶지만
쉬이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요...
가로수의 은행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노라면 분명 계절은 바뀌어 가고 있고
또 새로운 계절이 오면 지금의 여름이 추억의 한켠에서 다시 생각날지도 모르는 일일겝니다.
오늘은 지난 여름을 다소곳하게 접어버리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Chris Glassfield의 기타연주곡 Last Summer를 준비했습니다.
기억속의 여름은 이 연주처럼 광폭하지도 처절하지도 않을 듯 한데...
그래서 지나보내고 만 것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것일까요...?
문득 이 연주를 들으면서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털보는 다음 뮤직메일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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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