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there and Everywhere - Sissel Kyrkj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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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2. 19. 털보의 뮤직메일.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여러분께서는 혹시 오래전에 갔었던 추억의 장소를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곳이 술집이거나 카페이거나 레스토랑이라면,

한번쯤은 '아, 이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지...'하며 느낄 수도 있을텐데,

몇년전의 장소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반가웁겠지요...



오늘은 그런 이야길 해 볼까 합니다.



...



제가 다닌 고등학교에서 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카페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그곳을 처음 찾았던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8년이 지나서였죠.

시장에서 주택가 입구로 접어드는 골목에 자리잡아 주변에는 별다른 상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카페 이름이 죠세핀이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죠세핀은 나폴레옹의 연인이었죠.

카페의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칸막이가 있어 왼쪽으로 몸을 돌려야 합니다.

그러면 정면으로 한 여인의 상반신 흑백사진이 있어, 들어서는 사람을 그윽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죠.

그 눈빛에 빨려 드는 기분으로 카페안을 들어서면 웬 흰 개 한마리가 달려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흑백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카페의 여주인이었고, 당시 30대 중반쯤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리고 손님에게 달려들었던 개의 이름은 '레옹'

나폴레옹의 이름에서 앞에 나폴을 빼고 붙인 이름이라더군요.

당시에는 '레옹'이라는 영화도 나오지 않았을 때인데... 이후 '레옹'이라는 영화가 나오자 문득 그 개가 생각나더군요.

개를 좋아하는 제가 그 개를 옆자리에 앉혀놓고 안주를 집어 주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 카페의 첫인상이 하도 강렬해서 그 뒤로 몇번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고향을 떠나기 며칠전, 하루는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학교 근처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하나 있더라'며 그 집을 갔었습니다.

둘이서 앉아서, 아니 개랑 셋이서 앉아서 맥주를 몇병 마시고 있는데,

개가 새 손님을 맞이하려 쪼르르 달려 나가더니 영 자리로 돌아오질 않더군요.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빼들고 스탠드를 바라보니 낯익은 뒷모습의 남자가 낯익은 음성으로 개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앗~!

바로 고등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이시더군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집은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자주 찾던 곳이라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선생님과 함께 술을 마시고,

이대로는 헤어질수 없다며, 선생님이 사시던 해운대 앞바다 포장마차에서 또 한잔하고

선생님집까지 쫓아가서 밤새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 설 연휴때 그 주변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문득 그 카페가 생각이 나더군요.

벌써 10여년이 지났는데, 그 집이 있을까 하며 친구를 이끌고 시장에 들어서서 그 골목을 찾았습니다.

주변에 상가가 많이 들어서서 찾기는 어려웠지만 '죠세핀'이라는 간판은 유독 제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아직도 그대로일까 하며 카페 문을 밀어보았습니다.

'아, 바로 앞을 막던 칸막이... 근데 왜 이렇게 작아졌지...?'

왼쪽으로 몸을 돌려 보았습니다.

'응? 여주인의 사진이 없네... 음... 주인이 바뀐 모양이군...'

그런 생각을 하며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가게안을 보았습니다.

그냥 갈까 하며 되돌아서려는 순간, 웬 흰 개 한마리가 쫓아 나오더군요.

'어라?'



뒤쫓아 나오는 주인(주인인지, 종업원인지...)은 늙수그레한 통통한 아주머니였습니다.

개가 나오는 바람에 엉겁결에 친구와 같이 자리를 하며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옆에 개가 따라 앉기에 손을 내밀어 개를 만지며,

'예전에도 이 집에는 이런 개가 있었는데...'하며 말을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레옹을 아세요...?' 그러더라구요...



저는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를 쳐다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어두운 실내 불빛 때문에 주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요즘은 밝아져서 아주머니 얼굴을 보기는 좋았습니다.

세월에 묻힌 듯 살이 통통히 올라 옛주인의 얼굴을 찾아보긴 힘들더군요.

'아주머니께서 10여년 전의 그 주인 맞으세요...?'했더니

인심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껄껄껄 웃으시며 맞다고 하시더군요.

'레옹이 올해 16살이에요... 아직 살아있구요... 얘는 레옹 3세 세핀이에요...'



...



추억의 장소에서 예전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면 참 좋은 것이겠지요...



...



오늘은 비틀즈의 노래 'Here, there and everywhere'를 듣고 계십니다.

원래 곡의 내용은 사랑하는 연인이 나와 함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곡이지만

삶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제목을 차용해 봤습니다.



노래를 불러주는 여자 가수는 Sissel Kyrkjebo 입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가수라서 이름이 어렵군요. 그냥 지젤이라고 하지요...^^

최근 들어 노르웨이 출신의 음악가들을 많이 소개드리는군요. 지난번에 보내드렸던 Secret Garden의 Rolf Lovland도 역시 노르웨이 출신이지요.

지젤의 노래에서는 she, her 등이 he, his, him 등으로 바뀌어 나오네요.



음악이 흐르는 동안 저는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2/02/19 21:58 2002/02/1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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