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gio -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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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2. 15. 털보의 뮤직메일.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설 연휴는 다들 잘 보내셨습니까...?



저두 짬을 내어 고향인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부산행은 조금 다른 기분으로 다녀왔습니다.

방법이 달랐다고나 할까요...?



저는 기차나 차편으로 먼 거리를 다녀오는 것을 가급적이면 사양합니다.

왜냐하면, 결혼직전 현재의 여우와 함께 우짜든지 한번 같이 살아볼라고

주말이면 부산을 기차로, 버스로 왕복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태풍땜에, 때로는 눈비때문에 열시간이 넘게 걸리더라도

몇번 빼먹지 않고 지겹게 기차와 버스를 탔던 전력(?)이 있어서

요즘은 돈이 조금 들더라도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고 있죠.



그런데 이번 부산행은 올라오는 것을 모처럼 버스행으로 왔습니다.

색다른 맛이 느껴지더군요.



먼저, 인터넷으로 고속버스를 예약하는 것부터가 많이 달라진거라고 하면 그렇겠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호남선과 경부선 중심으로 두개의 싸이트에서 예약을 받더군요.

자리도 지정이 되고...오호~ 세상 좋아졌죠...?



부산의 버스터미널이 노포동쪽으로 옮긴 것도 조금은 색달랐구요...

예전의 사직 터미널과 동래 터미널을 합친 모양새인데,

많이 깨끗해졌더군요.

하지만 고속도로를 바로 곁에 두고 한 20분을 우회해서 진입하는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모처럼 긴 여행이 되겠다 싶어 눈을 붙이려고 하니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양산쪽으로 빠지더군요.

오호~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하겠다 싶어 잠도 미루어 놓고 내내 고속도로 주변을 살폈습니다.

제가 앞자리를 좋아하는 관계로 앞전망, 옆전망이 좋더군요.



양산에서 빠진 버스는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김해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 버스가 부산을 한바퀴 돌고 갈 작정인가...?)

그러던 버스는 남해고속도로로 방향을 잡고 마산/창원 방면으로 가더군요.



아하~ 이때부터 feel이 왔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연휴의 정체 때문에 막힐 것을 염려하고 다른 길로 가는 거구나...

그러면 어디로 가는거지...?

음... 요즘 대전에서 통영(거제도)까지 길이 뚫렸다더니 그쪽으로 가려나...?

아님, 이참에 광주로 달려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마산과 창원을 지난 버스는 진주를 거쳐 35번 고속도로로 접어 들더군요.

저의 첫 짐작이 맞았나 봅니다. 바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더군요.

(운전사가 방향은 잘 잡았는지 차는 막히지 않고 시속 100Km로 계속 달렸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경호강을 만났습니다.

경호강~ 주변경치가 끝내주는 강입니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본류와 함께 지리산의 그 유명한 뱀사골, 백무동 등에서 발원한 엄천강과 합쳐지는 강이죠.

완전히 뱀모양으로 구불구불되며 흘러드는 강인데,

이번에 새로난 고속도로가 이 강을 대여섯번을 가로, 아니 세로지르며 달리더군요.



가까운 산청 휴게소에서 잠시 버스는 멈추었습니다.

경호강을 바로 옆에둔 휴게소, 풍경도 참 좋더군요.

아~ 저는 그냥 이 고속도로가 대전까지 꽉 막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째 이래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경치도 좋을까요...?



그러나 도로는 저의 바램과는 달리 뻥뻥 뚫려 있어 버스는 다시 쉼없이 제갈길을 갔습니다.

멀리 지리산의 산자락을 지나다 보니 귀멍멍이가 생기더군요.

아, 그리운 지리산...

1987, 88년의 그 지리산이 아직도 그대로 있을까...

그리도 고생하며 탔던 옛 기억이 산세를 따라 흘러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리산을 넘어 이제 전북의 장수로 버스는 내달렸습니다.

조금 있으면 덕유산이 보일 것 같았습니다.

남쪽 공기와는 조금 달라졌을까요...? 눈덮인 산들이 보이더군요.



한 10분을 더 달린 버스의 차창 너머 눈덮인 덕유산이 보였습니다.

저 너머에는 무주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덕유산 자락을 따라 있는 무주, 진안, 장수... 그야말로 무진장한 자연의 보물이 있는 곳이지요...

고속도로가 진안을 통과하지는 않는지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금산으로 접어들더군요.

이정표에 대전은 그리 멀지 않고, 높디높은 고가고속도로 아래로 삼밭들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오호~ 금산...

또 인삼에 취했던 1995년의 어느 여름이 생각났습니다.

그 여름속의 2일은 완전히 금산의 인삼에 절어 살았습니다.

갈증을 해소한다며 건네주던 인삼 엑기스부터

인삼넣은 닭도리탕, 인삼김치, 인삼 겉절이, 인삼 무침 등으로 가득한 저녁 겸 술상

가뜩이나 취한데다가 삼계탕 아닌 삼계백숙의 아침을 먹고난 뒤의 현기증...

으....



그때는 고통이었는지 몰라도 어느새 추억으로 다가온 기억이 멀리 보이는 삼밭에서 모락모락 솟아났습니다.

그 삼밭을 뒤로 하고 이윽고 비룡분기점...

경부고속도로와 다시 만나는 곳이더군요...

그 뒤론 생략하겠습니다.

왜냐면 짜증나는 정체와 인천터미널을 십년전에 가봤다는 운전사 땜에 완전히 기분을 망쳐서...



여러분은 이번 연휴, 고향 다녀오시는 길이 어땠는지 모르겠군요...

고향다녀오실때, 아니 다른 기회가 있으면 꼭 35번 고속도로를 가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경호강에서는 래프팅도 한다는군요.

여름에 래프팅하면서 좋은 경관을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것입니다.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



제가 관광가이드도 아닌데, 오늘은 느닷없이 찾아온 경험때문에 조금은 흥분이 되었군요.

이해해 주십시오.



이번 부산행에서 처가에 들러 잠시 음악을 들을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희 장인어른께서 오디오 매니어이신 까닭에 제 집에 있는 진공관 앰프보다 더 좋은 앰프, 그리고 더좋은 스피커를 가지고 계시죠.

그래서 음악을 들어볼까 했는데, 역시 비싼 오디오가 좋긴 좋습니다.^^;

그중 문득 꺼내 든 CD한장이 'Secret Garden'의 'Songs from secret garden'이더군요.



오늘 들으시는 곡은 그중에서 골랐습니다. 지난번 보내드렸던 곡과 제목이 같은 'Adagio'입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작곡가 Rolf Lovland와 아일랜드 출신 바이얼리니스트 Fionnuala Sherry가 만나 결성한 그룹 'Secret Garden'.

애절한 바이얼린의 Adagio가 이 겨울의 마지막을 아쉬워 하는 듯 합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저는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2/02/15 21:54 2002/02/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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