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lsomina - Caetano Veloso : 2001. 10. 5

`잠파노가 왔어요, 잠파노가 왔어요`...

눈망울이 큰 한 여자가 양철북을 두드리며 손님들을 모으려 한다.
이윽고 손님이 모이면 무식하게 보이는 사내가 나와 쇠사슬을 철렁이며 손님들에게 보여준다.
그 사내는 사람들의 미심쩍은 시선 속에서 쇠사슬을 자신의 가슴에 칭칭 감는다.
눈망울이 큰 여자의 양철북 트레몰로가 이어지면서 사내는 가슴에 힘을 모은다.
툭툭 불거져 나오는 사내의 근육과 함께 마침내 쇠사슬은 동강이 나고,
양철북 소리는 힘찬 트렘펫 소리로 바뀐다..

...

이 장면은
무식해 보이는 사내, 잠파노는 Anthony Quinn이,
눈망울 큰 백치 여인, 젤소미나는 Giulietta Masina가 연기한
`La Strada : 길`의 한 장면이다.

1954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Masina의 남편이기도 했던 Federico Fellini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대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을 맡았던 Nino Rota가 음악을 맡았다.

브라질의 밥 딜런이라고 불리는 Caetano Veloso의 스캣으로 듣는 `La Strada`의 주제가이기도 한 `Gelsomina`를 추천해본다.

...

네오 리얼리즘의 기수라 불리는 Federico Fellini를 떠올리면
털보는 아주 어릴 적의 기억때문에 혼자서 몰래 살풋 미소를 머금곤 한다.

털보는 중학교때부터 일제 영화잡지인 `Screen`이나 `Roadshow`를 헌책방에서 사보곤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영화잡지라고는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겨우 영화소식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부산 대청동 헌책방 골목에서
스크린과 로드쇼를 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로서는 최신판을 샀던 제가 우연히도 맨 뒷쪽의 펜팔란을 보았던 것 같다.
일본어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에 웬 펜팔...?

하지만 털보는 사고를 쳤다.
어줍잖은 영어로 몇마디 써서 일본에 국제 우편을 보냈던 것이었다...
`니 영화 좋아하나? 내도 좋아한다...` 머, 이런 식의 영어 편지 였던 것 같다.

몇주가 지나고 난뒤, 기대치도 않았던 답장이 왔다.
예쁜 일본식 종이 인형과 부적이 동봉된 답장이었다.

다음번 편지에는 서로의 사진이 오갔다.
학교에 괜히 자랑한다고 가져갔다가 선생님께 걸려 혼도 났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그 여학생의 편지 속에서 Federico Fellini를 발견했다.
털보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그 여학생은 그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다.
왜 털보가 좋아하는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었는지...
털보 답장에다 이렇게 썼다.
`Federico Fellini는 모른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난 조지 루카스가 최고의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몇주가 지나도록 그 여학생으로부터 답장이 오지 않았다.
털보가 다음 답장이 왔을때 써먹을 수 있도록
Federico Fellini에 대해서 달달 외우도록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에게서 더 이상의 답장은 없었다..
아마도 펜팔의 무식함(?)에 놀랐던 그 여학생은 
스타워즈나 수퍼맨 같은 SF보다는 네오리얼리즘을 더 좋아했던 모양이었고,
그렇게 해서 짧은 일본과의 펜팔은 끝이 났다.

...

미녀와 야수를 패러디한 듯한 `La Strada`의 미녀,
아니 순수의 결정체 였으면서도 백치, 광녀(La Loca?)였던 `Gelsomina`를 들으면서
한껏 부드러움에 젖어 보시길...

Posted by 털보

2006/02/23 10:10 2006/02/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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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준일 2006/03/02 11:17 # M/D Reply Permalink

    Caetano Veloso ㅠ_ㅠ 아주 예술입니다. 그계통 넘버5안에 항상 넣어도 아까운!

    1. 털보 2006/03/02 11:26 # M/D Permalink

      그렇지...? ^^
      역쉬~ 엠푸는 예술을 아는게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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