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리산

PENTAX *ist DS | Program | Multi-Segment | Auto W/B | 1/45sec | F2.8 | 0EV | 63mm | ISO-1600 | 2005:01:30 07:19:00
지난 주말, 속리산을 다녀왔습니다.
회사의 올해 첫 워크샵이 있어서인데,
대설주의보가 내릴 거라는 말에 지레 겁먹고
입산금지가 되어 가질 못하면 어떡하나
가더라도 눈이 많이 내려 빠져나오질 못하면 어떡하나
여러가지로 고민을 많이 하며 향했던 속리산이었습니다.

SLR 카메라를 가지게 된 후 첫 출사(?)인 셈이라
많은 사진을 찍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혹한테스트만 한 꼴이 되었습니다.
추위속에서 오토포커싱이 동작하지 않는 희한한 경험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매뉴얼포커싱을 사용하여야 하는,
그야말로 혹한 테스트 이었던 셈이죠.



윗사진은 어마어마한 눈을 뚫고 속리산으로 향하며
내리는 눈발을 담고 싶어 차안에서 셔터를 눌렀던 것 중에 그나마 나은 사진입니다.
내리는 눈들이 하얀 점이 되어 날아가는 모습입니다.



빙판이 된 도로를 뚫고 겨우겨우 속리산 입구에 다달았습니다.
한쪽 가지들이 모조리 떨어지고 그나마 남은 가지마저 쇠파이프에 의지한,
너무나 처량한 모습의 정이품송, 그리고 한없이 내리는 눈...
차마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그냥 찍어 보았습니다.



이윽고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눈발은 여전하고... 차안에서 갑갑했던 마음으로 카메라를 그냥 들이댔습니다.
오후 워크샵이 진행되는 동안 밖을 나오질 못해 이후 이날의 사진은 없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눈은 그쳤더군요.
은근히 새벽산행과 귀가길이 어려워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튿날 새벽산행을 위해 호텔을 나섰더니,
호텔앞에 있는 사자상이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포효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빙판이 되어 있는 도로가 보이고...



아직 나오지 않은 동료들을 기다리다 보니
서서히 주위는 밝아져 왔습니다.
이 어둠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등짐을 메고 산으로 향하더군요.
저 사람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산으로 가는 것일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호텔입구에 있을 때만 해도 괜찮던 카메라가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오토포커싱이 되지 않아
도대체 촛점을 잡을 수 없는, 흐릿한 화면만 나왔습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싶어, 어쩔 수 없이 매뉴얼포커싱으로 사진을 찍어 나가다 보니
털보가 한참이나 뒤쳐졌는지, 일행들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더군요. ^^
차라리 법주사에 들러 사진만 찍어야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법주사에 들어서기도 전에 금을 입힌 불상이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서서 아직 지지 않은 달과 함께 찍어 보았습니다.



법주사를 이래저래 둘러보며 여러 장을 찍었습니다.
물론 매뉴얼 포커싱으로 일일이 촛점을 맞춰가면서 말이죠...
앞서간 일행들을 그래도 따라잡아야 되지나 않을까 싶어
발걸을을 빨리 하여 산으로 올랐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누군가의 발자욱...
월면의 발자욱일 것도 같은...



산행을 끝내고 재빠른 식사와 함께 서둘러 귀가에 나섰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정이품송은 한번 더 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에 차를 멈추고...
햇살이 내리쬐는 낮에 정이품송을 보니, 왜 저리 휑할까요...
아파하는 나무의 모습에 털보의 마음도...ㅡ.ㅡ



말티재를 넘고 수리터재를 내려오는 길에 커다란 구조물들이 보였습니다.
상주-당진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모습이었는데,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한참이나 높은 교각들이 보였습니다.
같이 간 일행 중에서 공병 출신이 있었는데,
저렇게 교각을 먼저 세운 다음 균형을 맞추어 가며 양옆으로 건설을 한다는군요.
저 양쪽의 다리가 다른 교각과 이어지면서 도로는 완성되어 가겠죠...?
마치 사람이 자기의 것을 가지며 뻗어나가면서 어울리듯이 말이죠...



청주로 접어 들기 전에 점심이나 먹을까 했는데,
3년묵은 김치 (전혀 시지 않음) + 돼지고기 (쥑임) + 손두부 (진짜 쥑임)에 새우젓을 살짝 얹어 먹는 맛에
그냥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 이 맛집을 꼭 다시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식당을 나서는데...
까치한마리가 뒤통수에서 계속 울어대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날찍어줘요, 날찍어줘요 하듯 울어대는 까치...
고개를 돌린 모습이 꼭 금방 지나가버린 비행기를 그리워하는 모습입니다.
200 여장을 찍은 이번 출사(?)에 꼭 기억나는 그림을 만들어주더군요...^^
마지막으로 까치 하나 더~



까치 사진의 제목을 뭘로 붙여 볼까요...

제목 1 : 떠나간 그 사람의 흔적을 그리며...

제목 2 : 방금 뭐가 지나갔냐...? ^^

Posted by 털보

2005/01/31 16:07 2005/01/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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