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털보인데 왜 사진에 나오는 얼굴에는 수염이 없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곤 한다.
모 인터넷 메일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직장인으로서 수염을 그대로 놔 두는 것을 용납하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기에 하릴없이 거의 매일 면도를 해야 하는 게 그 이유이다.
한때는 100일동안 수염을 깎지 않은 적도 있고, 지난해 어머님을 병간호하면서도 수염을 일정기간 깍지 않은 적도 있다.
수염을 깎지 않을 때 많이 듣는 또다른 질문은 수염을 왜 "기르느냐"라는 것이다.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앞서 수염을 "기른다"라는 표현이 잘못되었다며 그 표현을 바로잡으려 든다.
단지 일정기간 수염을 깎지 않은 것에 불과하지 수염을 애완동물 기르듯 애지중지 "기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수염을 "기른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른다"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한 말이다.
단, 그것은 수염을 매일 가꿀 때에 한하는 말이다.
수염을 그대로 두면 사람에 따라 무성하게도 자라고 덤성덤성하게도 자라겠지만, 정말 수염을 아끼는 사람은 매일 면도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수염을 "가꾼다".
그렇게 가꾸지 않은 수염은 남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풍기지도 않을 뿐더러, 위생상 그리고 얼굴로 표현하는 체면상 좋아보이지도 않는다.
수염에 대한 편견
수염은 따끔거리며 아프다?
수염은 털과는 달리 깎기를 자주 하기 때문에 끝이 부드럽지 않고 그 굵기가 일정하며 털에 비해 다소 뻣뻣하기 때문에 까끌거릴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까끌거리는 느낌은 본인의 경우 사흘정도가 지나면 찾아 볼 수가 없다.
사흘이 지난 느낌은 마치 보드라운 타올같은 느낌을 준다.
일주일정도가 지난 수염은 본인의 몸에도, 그리고 스킨쉽을 자주하는 가족에게도 부드러움으로 다가선다.
오히려 수염을 기르는 본인이 아픈 경우가 있다.
체질적으로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은 수염도 곱슬거리는데, 이 곱슬거리는 수염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동그랗게 말린다.
이 동그랗게 말리는 수염의 방향이 기르는 사람의 살갗 쪽으로 향할때...으... 이건 당해봐야 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수염을 기를때 자주 수염을 한쪽 방향으로 쓰다듬는 경향이 있다.
수염의 결을 만들기 위해서다.
수염을 기르는 사람은 게으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수염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염이란 것이 얼굴전체에서 고르게 나는 사람은 드물며, 좌우대칭으로 나는 사람 역시 드물다.
이렇게 가만 놔두면 자연스럽게 될 수염을 왜 기른다고 표현을 했겠는가?
먼저 좌우대칭으로 나지 않은 수염을 거의 매일 잘라주어야 한다.
잘라주어야 한다는 말은 면도기나 칼로 깎아야 된다는 말이 아니라 마치 모발을 가위로 자르듯 가꾸어 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염을 기르는 사람은 면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수염을 가꾼다.
수염의 길이와 분포의 대칭성도 중요하지만 잘 자라지 않는 곳에 대한 신경도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찬호의 수염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항상 그를 볼 때마다 타고난 수염체질을 가졌으며 나름의 노력으로 수염을 가꾼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굴에서 수염이 가장 나기 힘들고 나지 않아 보기에도 약간 엉성해 뵈는 곳이 있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만나는 입술가장자리가 그곳인데, 웬만한 사람이 아니면 이곳에는 수염이 자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곳에 수염이 없으면 아무리 멋진 콧수염과 턱수염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마치 배우가 분장을 한듯 자연스럽지 못하다.
선천적으로 나기 힘든 곳이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이곳에 수염을 자라게 할 수는 있다.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라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본인만의 노하우이므로 공개적으로는 말 할 수 없음을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길...
수염이 많은 사람은 가슴에도 털이 있다?
이건 일반화된 데이터가 없다.
털보도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수염이 많은 사람이 털이 많은 확률은 있겠지만, 가슴에 털이 많은 지는 확실치 않다.
왜냐면 털보의 가슴에 털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진 노란 솜털밖에 없기 때문이다. ^^;
수염에 대한 유머
이건 털보 본인이 한창 수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만든 유머이다.
가슴에 털을 가지고 싶던 영구는 쭈볏한 모습으로 약국에서 발모제를 구했다.
방구석에서 조심스럽게 발모제 병을 꺼내 가슴에 살짝 발라보던 영구는 가슴의 털이 날 조짐이 별로 보이질 않자 조금 더 많은 양을 발라보기 위해 병을 가슴에 대고 기울였다.
하지만 병이 기울자 발모제는 왈칵 많은 양이 흘러 나왔고 그 액체는 가슴을 타고 아랫도리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며칠이 지나 영구는 가슴에서는 털을 발견하지 못했고 아랫도리에 털이 무성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가슴에 털을 만들고 싶었던 영구가 이번에는 향수를 바르듯 발모제를 손가락에 찍어서 2주일동안 가슴에다 문질러 댔다.
이제는 가슴에 털이 났겠거니 욕실에서 거울을 들여다 보았지만 여전히 가슴에는 털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유난히도 털이 많이 난 부분이 있었다.
어디였을까...?
그곳은 영구의 집게손가락이었다.
Posted by 털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