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노을을 보다.

핏빛 노을을 보다. 2001. 12. 12.

어머님의 시술이 있었다.
막힌 담도를 뚫어 고여있는 담즙을 빼내기 위한 2차 시술이었다.
1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시술은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시술을 시작한지 한시간 반정도가 지났을까...
국부마취가 깬 듯 어머님의 고통스런 비명이 시술실에서 흘러 나왔다.
흘러나오는 소리 만큼이나 누님의 눈에서도, 나의 마음에서도 눈물이 흘러 나왔다.

...

어머님을 병실로 다시 모시고 담당의사를 만났다.
2차 시술에서 막힌 담도를 뚫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조금이나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시술의 통증으로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어머님을 보니
울컥 가슴 저 밑쪽에서 무언가 치받아 올라왔다.

행여 어머님이 볼세라 입을 틀어막고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바삐 불붙인 담배를 한모금 빨아 가슴으로 밀어 넣으니
참았던 울음이 연기와 함께 터져 나왔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어느새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금정산 너머로 지는 노을 때문이었다.

해돋이처럼 생명의 창조가 일어날 때에도,
저 노을처럼 한 생명이 스러질 때에도,
핏빛으로 하늘은 물드는 모양이었다.

내 피를 쏟아서라도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내 피를 저 하늘에 흐트려서 뿌려, 가시는 어머님을 잡을 수 있다면...

...

어머님 곁에서 잠시 눈을 붙이다 소스라쳐 깨며 어머님의 얼굴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새근새근 고른 호흡으로 주무시는 어머님을 보고 안도했다.

새벽 4시반이었다.
다시 옥상으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늘은 다시 무슨 색으로 변해 있을까 싶어 하늘을 치어다 보았다.
낮에 그렇게도 세차게 불었던 바람 탓일까,
이미 어둠으로 가득한, 구름 한 점 없는 속에서,
유난히도 많은 별들이 보였다.

서쪽 금정산 위로 나란한 삼태성이 보였다.
어머님께서 부르시던 옛 동요가 문득 떠올랐다.
별이 삼형제~ 하던 그 고운 목소리를 생각하니
다시 한번 울컥 눈물이 나왔다.

子欲養而親不待

Posted by 털보

2001/12/12 18:08 2001/12/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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