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소중한 것을 느낀다.

떠나야 소중한 것을 느낀다. 2001. 11. 26.

나의 고향은 부산이다. 그 고향을 떠나 생활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이 바로 10년째 되는 그 날이다.

10년동안 수도권 생활을 하며 많은 타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은 부산 하면 먼저 해운대와 생선회를 떠올리며, 그 곳에 가보고 싶어하고, 그것을 먹고 싶어 한다. 30년 가까이 부산에 살면서 나는 외려 별로 해운대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생선회도 좋아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부산에는 `대`자가 붙은 곳이 여러 곳 있다. 사람들이 아는 해운대, 태종대가 있는가 하면, 이기대, 몰운대, 신선대 등이 그것이다. 오히려 풍광은 사람들이 아는 곳보다 이기대, 몰운대가 더 낫다. 타지 사람들이 부산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오륙도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이기대를 오히려 난 추천한다.

수도권에는 없는 부산음식이 몇 있다. 돼지국밥과 밀면 등이 그것인데, 난 타지 사람들에게 생선회보다는 외려 돼지국밥을 먹어보길 더 권한다. 서면시장에 한 블럭을 차지하고 있을만큼 성업중인 돼지국밥집이 수도권엔 왜 없을까 의아히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게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이 바로 돼지국밥이다. 이번 부산행에서도 나는 아무도 몰래 혼자 돼지국밥을 먹으러 갔다. 아버님이 일식요리사이고 밥집을 하고 있음에도, 장인어른이 생선회를 즐겨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음식을 제쳐 두고 뿌연 돼지 사골 국물에 퉁퉁 썰어 넣은 고깃살, 거기다 새우을 둥둥 띄운 후 부추를 섞어 먹는 그 돼지국밥을 먹으려 서면시장 한켠에 있는 식당을 찾아간 것이다.

이런 내 행동은 아마도 지금 내가 쉽게 주변에서 구하지 못함을 그리워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주변에 비단 돼지국밥만이 그러하랴. 세상에 내가 정붙였던 것들이, 앞으로 정겨움을 더할 모든 것들이 다 그러할진대...

아침 찬 바람에 그 모두를 다시 한번 가슴에 보듬어 보며,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Posted by 털보

2001/11/26 18:08 2001/11/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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