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미/래 : Wind beneath my wings - Bette Midler



털보의 뮤직메일 : 2004. 11. 30.
토/털/미/래 : Wind beneath my wings - Bette Midler



배경음악 : Wind beneath my wings - Bette Midler

안녕하세요, 털보입니다.

털보네 여우가 2박 3일 일정으로 수련회를 떠났습니다.
연합고사가 끝난 즈음 홀가분한 마음의 중 3 학생들을 데리고
강원도로 간 것입니다.

여우가 집을 비우고 나니 털보네 토끼는 오롯이 털보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1주일 전부터 여우의 예고가 있었기 때문에 털보도 여우가 없는 2박 3일의 스케줄을
몽땅 비워두어야만 했습니다.

우연히도 이 기간 동안 토끼는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치룬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에게 무슨 기말고사인지...
월요일에는 국어를 화요일에는 수학을 그리고 수요일에는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

월요일 오후 일찌감치 하던 일을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낮동안 토끼를 보호해 주시는 토끼네 큰엄마에게 전화를 해 보니
6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털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원래 귀가가 좀 늦은 털보의 사정을 고려하여
평일과 공부는 여우의 몫으로, 주말과 놀이는 털보의 몫으로 나누었는데,
내일이 토끼의 시험이고 보니 하릴없이 오늘은 털보가 공부도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동안 여우의 교육방식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가급적이면 공부에는 끼어들지 않았는데,
새로이 보는 토끼의 수학책이 참 재미있더군요.
털보가 어렸을 적에는 산수라 불렀던 그 책에서 두자리수끼리 더하고 빼는 것이 있는 것을 보고는
요즘 아이들의 공부 수준을 대략 가늠했습니다.

털보와는 놀이에 늘 익숙한 토끼이기에 시험공부답지 않게 놀이삼아
수학책의 1단원부터 6단원까지 몇몇 문제를 풀면서 서로 키득였습니다.
50분 남짓 놀이인지 공부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고 나니
평일 저녁에 익숙지 않은 털보를 보고는 토끼가 여태 미루어 두었던
종이접기 놀이를 하자고 했습니다.

주말에도 잘 하지 않던 종이접기.
누구의 청인데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팬더도 접고, 악어도 접고, 곰도 접고, 코뿔소도 접고,
마지막으로 병아리 네마리를 접고 나니 벌써 저녁 9시.

털보가 어렸을 때에는 9시만 되면 '어린이 여러분,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며
방송을 하였다고 말하면서 얼굴을 씻기고, 아토피용 로션을 전신에 바르고
잠옷을 갈아 입히고, 침대에 누였습니다.

모처럼 아빠와 함께 하는 평일 저녁이기에 토끼는 약간 들떠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오늘은 토끼가 자고 있다 눈을 떠 보면 옆에 아빠가 누워 있을 거라고 하니
그제서야 저만의 꿈나라로 향했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 토끼의 아침을 준비했습니다.
아침이라고 해 봤자 곰국과 식은 밥을 데워 김치와 함께 내어 놓는 게 고작이지만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털보로서는 그 준비도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음식을 데우는 동안 아직도 이불속에 파묻힌 토끼에게 일어날 것을 채근했습니다.

'싫어'

어쩜 이렇게 정나미 뚝뚝 떨어지는 말, '싫어'라는 말을 아이들은 잘 하는지...
아직도 계속 눈을 감고 있는 토끼에게 금방 생각난 이야기를 들려 줬습니다.

'옛날에 토끼가 아주 안 좋아하는 물고기가 살았는데 그 이름이 뭔줄 알어?'
토끼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습니다.

'싫어'
토끼가 피식 웃었습니다. 토끼를 깨우려는 털보의 노력이 반쯤은 성공입니다.

'그 물고기가 고등학교를 가면서 이름을 바꿨대. 뭔지 알어?'
또 토끼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습니다.

'고등어'
토끼가 이번에는 베고 있던 베개를 털보에게 던졌습니다.

'그 물고기를 잡아서 아빠가 구웠어. 이름이 뭔지 알어?'
토끼가 눈을 살짝 떴습니다.

'고등어구이'
토끼가 깔깔댔습니다.

'그 반토막을 엄마가 졸였어. 이름이 뭔지 알어?'

'고등어조림~~~'
토끼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

그렇게 아이를 깨우고 얼굴을 씻기고 로션을 발라주고 아침을 먹여 학교로 보냈습니다.
집을 나서는 동안 토끼에게 시험 잘 보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 그렇게 토끼를 내 보내고 나니 어제 저녁부터의 긴장이 확 풀어지더군요.
부모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낍니다.

...

지난 뮤직메일, Who can sail without wind? 라는 곡을 들으시고
momofjw님께서 신청하신 곡을 오늘 준비했습니다.
Bette Midler의 Wind beneath my wings라는 곡인데,
새가 날기 위해 필요한 바람이라는 뜻이겠지요...?

'토끼는 털보의 미래다'를 주창해 온 털보는
아마도 늘 토끼가 훨훨 날 수 있게 할 바람이고 싶은...
그런 아침의 생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털보

2004/11/30 09:09 2004/11/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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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정란 2004/12/03 11:28 # M/D Reply Permalink

    자상하고, 훌륭한 아빠군요. ^^!
    제 아이들은 아빠의 포옹에도 벌떡 일어남으로, 이런 자상함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이....*^^*
    그런데...아주 놀랍군요!
    여기에는 없는 것 들이 서울에는 많네요! @@!
    연합고사....1학년 시험....기말고사.....
    둘째도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학교에서 시험이란 것은 한번도 없었구요....
    그저, 그림 그리고, 독서록 작성하고(그림으로, 또는 글로...마음대로), 즐겁게 뛰어 놀고.....
    여기에 살고 있음이 갑자기 행복함의 이유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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